노벨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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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노벨상 콤플렉스
입력일 : 2001/03/18 21:01:59
출 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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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노벨상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상임에는 틀림없다. 지금은 6개 분야에서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는 노벨상은 수상자인 과학자나 문학가, 사회운동가 등에게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 선정 기준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질 않는다. “왜 노벨 수학상은 없느냐”는 해묵은 의문에서부터, 물리학 같은 분야를 보더라도 노벨상 수상자 선정위원회의 보수성 때문인지, 이론물리학자보다는 실험물리학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이론물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왜 아직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느냐는 질문이 종종 제기된다. 하긴 아인슈타인 역시 그 유명한 상대성이론은 끝내 인정받지 못하고 광량자가설로 가까스로 노벨상 수상자 대열에 합류했을 뿐이다.
또한 실용기술이나 공학 분야의 공로자에게 줄만한 마땅한 분야도 없어서, 발명왕 에디슨, 컴퓨터의 아버지 노이만 등도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탁월한 여성과학자들이 차별과 편견으로 인하여 남성 경쟁자들에게 밀려 났다든가, 소수 국가 및 연구그룹들이 독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도 자주 들린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이 곧 선진국 여부를 가늠하는 중대한 척도라도 되는 듯 여겨지는 이상한 풍조가 자리잡게 됐다. 물론 과학분야 노벨상을 받는다면 수상한 과학자 개인으로나 나라 전체로나 틀림없는 영광이겠지만, 무슨 집단적 콤플렉스에라도 걸린 양, 가끔씩 과학계 전체가 노벨상에 목숨 건 듯 호들갑을 떠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본말이 전도된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사실 그동안 제3세계 몇몇 나라에서 노벨과학상을 배출한 경우도 있었으나, 그것과 그 나라 전체의 과학기술 발전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탁월한 몇 명의 과학자를 배출하는 것보다는, 국가의 전반적 과학기술 발전에 필수적인 `기초체력'을 다지면서, 그것이 산업적 경쟁력 강화 및 건전한 과학문화의 국민적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또한 역으로 그러한 여건이 성숙된 연후라야 노벨과학상 수상자도 더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비록 과학분야는 아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가 됐으니, 과학자들이 `노벨상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좀더 의연하게 연구에 정진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성우/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