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1세기를 여는 열쇠)

군사과학기술의 빛과 그림자

헤르메스21 2011. 3. 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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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 전쟁 통해 과학기술 발전?
뉴스제공시각 : 2001/10/31 19:31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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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통해 과학기술 발전?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 할 만큼 언제나 크고 작은 전쟁들이 있
었다. 전쟁은 대규모 파괴와 아울러 한편으로는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야누스의 측면이 있었다. 인류 행복을 위해 써야 할 과학기술이 전쟁
무기와 군사연구에의해 발전이 촉진된 것은 커다란 아이러니이지만 부인
할 수는 없는 사실이다.

전쟁을 치를 때마다 과학기술의 수준은 한 단계 더 높아지곤 했고, 특히
20세기에 들어와선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무기 개발에 과학기술이
대규모로 동원돼 탱크·전투기·로켓탄·원자폭탄 등 온갖 신병기와 군사
과학기술이 대거 선보이게 됐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과학기술 연구체제의 특징을 이뤄온 `거대과학'(Big
Science) 역시 군산복합체 등 군사 목적의 연구와 긴밀한 관련이 있었다.
또한 새로운 첨단 과학기술은 시장의 검증이라는 모험을 거치지 않고도 가
장 확실하게 `투자비'를 거둬들이는 군사 부문과 의료 분야에서 가장 먼저
실용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단순히 자연의 신비를 풀고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해왔다고 본다면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다.
냉전구도가 해체된 뒤인 1993년, 미국 의회가 이미 거액의 비용을 들여 건
설 중이던 `초전도 슈퍼입자가속기(SSC)' 건립계획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
린 것은 단적인 예이다.

물론 군사 목적에서 시작한 연구가 나중에 민간 부문에서도 훌륭하게 활용
된 사례들도 적잖다. 우주로켓 기술은 독일군의 로켓 무기에서 비롯됐으며
레이더 기술은 텔레비전의 안테나, 전자레인지 등으로 편리하게 응용되고
있다. 군사위성 기술도 위성 위치확인시스템(GPS)를 이용한 교통안내 시스
템과 이동통신 등에 이용되고 있다. 컴퓨터의 개발과 암호학의 연구 역시
마찬가지이고, 오늘날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는 인터넷은 미 국방부가 안
정적인 군사용 컴퓨터 통신망으로 개발했던 아르파넷이 그 기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파괴적인 무기 개발과 군사 목적의 연구에 의존하지 않고
는 과학기술 발전의 주요 동력을 얻기 힘든 것인지, 앞으로 범인류적으로
해결해야 할 심각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최성우/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