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벤처'를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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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 거품 빼고 '진짜 벤처' 키울 때
뉴스제공시각 : 2002/02/06 18:24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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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빼고 ‘진짜 벤처’ 키울 때
무슨무슨 게이트니 하는 벤처기업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사건이 지난해부터 줄지어 터져나오더니 `벤처 1세대'라 자부하던 한 기업이 몰락하는 등 최근 벤처업계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그동안 외환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일조하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던 벤처기업이 갑자기 비리·탈법과 부패의 온상인 양 매도되는 현실에서 밤을 새우며 연구개발에 노력하는 진짜 벤처인은 착잡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일부 사이비 벤처인에 의해 금융기관, 고위공직자, 정치인들까지 휘둘렸던 요즘 상황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온갖 감언이설로 속여 부유층과 귀족들로부터 거액을 뜯어냈던 `영구기관 사기' `연금술 사기' 등 과학기술 역사상의 유명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동안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졌던 거품 때문에 빚어지는 부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에 따라 정부의 기존 벤처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제대로 옥석을 가릴 줄 아는 합리적 기술평가와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보유기술에 대한 공정하고 엄밀한 심사와 장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평가가 이뤄진다면, 황당무계한 구상으로 혹세무민하려는 사람, 이론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용화는 극히 어려운 기술로 한몫 잡으려는 사람,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별것 아닌 기술을 크게 부풀리려는 사람 등 온갖 사이비들이 발붙일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그 기술을 가장 잘 알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곧 해당 벤처기업인 자신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벤처기업인 역시 큰 돈을 버는 것 못잖게 사회적 책임을 염두에 두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벤처의 구실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할 것이며, 가치 있는 기술이 자본을 끌어내는 방식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벤처 관련 금융기관 및 정부기관, 일반투자자 역시 한탕주의적 분위기를 불식시키고 실력 있는 진짜 벤처를 육성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성우/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