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국면에서의 반성과 교훈
[앵커멘트]
과학기술정책이나 과학계 이슈에 대해 진단과 처방을 들어보는 쓴소리 단소리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성우 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으로 부터 과학기술인이 보는 금융위기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리포트]
미국 발 금융 위기에서 촉발된 세계 경제의 위기 국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편 10년 전 IMF 구제금융의 위기를 체험하면서 숱한 변화를 겪었던 우리나라로서는, 이번의 위기 역시 냉철히 짚어보면서 몇 가지 반성의 계기로도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IMF 위기 때 특히 이공계 연구원들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이후 심각한 이공계 기피현상을 낳는 중요한 원인이 된 바 있습니다.
주변의 촉망받던 인재들이 젊은 나이에 직장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보고서, 이공계는 별로 갈 곳이 못 된다는 달갑지 않은 학습효과를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최근 국내 금융권 임직원들의 급여가 지나치게 높으니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금융권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이, 이공계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서 대기업이나 연구기관에 취업하는 경우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이 나라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아예 만성적인 체질화가 되면서 체념 상태에 도달한 듯합니다.
그동안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없고 각계의 해결 노력도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예 한 술 더 떠서, 일부 언론과 정책가, 관료들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과학기술 기반의 제조업 등 2차산업보다는, 물류, 금융 등 3차산업을 발전시켜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지향해야 할 것처럼 얘기하면서 '롤 모델'로 삼았던 나라들 대부분이, 최근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 상태에 빠진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특히 중동의 사막 위에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세워진 두바이는 글자 그대로 '사상누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래 지식산업시대에 걸 맞는 고부가가치의 3차산업이란, 연구개발이나 지적재산권 컨설팅, 지식 서비스 분야 등 바로 탄탄한 과학기술과 제조업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것들입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의미를 미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국가적 발전 전략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철저히 되짚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 2008 년11 월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