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과학방송 과학논평

사이비 과학기술은 척결해야...

헤르메스21 2011. 3. 3. 09:48

사이비 과학기술

 

[앵커멘트]

과학기술정책이나 과학계 이슈에 대해 진단과 처방을 들어보는 쓴소리 단소리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논란이 됐던 지하철 풍력 발전이나 수소 보일러 같은 이른바 사이비 과학기술이 왜 등장하는지, 과학계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들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얼마 전 서울 지하철의 환풍구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서 발전을 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환풍기의 바람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려면, 그 과정에서 도리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발상에 과학기술인들은 너무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서울 메트로에서는 시험 가동 등을 거쳐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더구나 이처럼 자연의 기본 법칙조차 무시하는 사업이 서울시의 고객감동 경영 우수 사례로까지 소개되었다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온 것 중에 이른바 '영구기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즉 외부에서 에너지나 동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영원히 움직이는 장치나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나 기술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영구기관들을 고안하여 실험해 보았지만, 물론 그 중 제대로 작동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19세기 중반 이후 에너지의 보존법칙과 열역학 법칙이 확립돼, 에너지를 창조하는 영구기관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영구기관을 발명했다는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끊이질 않았고, 그중에는 사기꾼들도 많았습니다.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고 하면 관심 있는 부자나 권력자들로부터 큰돈을 후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가정용 보일러와 가스레인지 등을 개발한 회사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한 후 수소를 연소시켜서 열을 발생시킬 수도 있으나, 물을 분해하는 과정 등에서 도리어 더 많은 에너지가 들게 됩니다.

즉 이 역시 영구기관이나 마찬가지로 자연의 기본 법칙을 거스르는 발상이지만, 이 업체는 정부와 산하 단체들이 수여하는 각종 상까지 휩쓸어 왔다니 참으로 놀랍고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 밖에도 유사한 각종 사이비 과학기술들을 들먹이면서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반 대중들이 속아 넘어가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일부 언론과 사회지도층 인사들마저 이들의 혹세무민에 덩달아 춤을 추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21세기 과학기술의 시대에,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나라로서 참으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사이비 과학기술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사회 전반적으로 건전한 과학기술 문화를 더욱 함양하고, 과학기술의 대중적 이해 수준을 보다 높일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2008 년 12 월 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