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과학이 만난 사회)

[아래 한국인 우주인 관련] 과학기술부의 해명과 필자의 재반박 ...

헤르메스21 2011. 3. 3. 20:20

아래 글에서도 나온 제 한겨레신문 과학칼럼(한국인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해 비판한 대목이 나오는...)에 관해 과학기술부 담당과장이 해명적 성격의 반론을 폈군요...  (과학기술부 홈페이지와 온라인의 과기부 보도자료에도 있습니다만...)

온라인 보도자료(과기부 성명자료실)에는 제목이 "남의 나라 우주선 타면 모두 돈낭비?"로 되어 있군요...   일견 관심에 감사(?)를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역시 재반박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

우주 강국을 위한 발걸음...
"남의 나라 우주선 타는 것이 우주기술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전 세계적으로 베트남, 몽고,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총 30여 개국에서 탄생시킨 440여명의 우주인 중에 한국인의 이름은 없다. 다른 나라가 한다고 다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주공간이 새로운 개척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지금, 우리도 우주로 진출하는 것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그래서 최근 한국 최초의 우주인 배출을 위한 계획을 확정한 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에 의하면 2008년 4월 우리나라 우주인은 러시아 소유즈호에 탑승하여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후 7~8일동안 머물면서 우주과학실험 등 우주를 활용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우리가 한국우주인 배출을 추진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우주인의 선발 및 훈련과정, 우주비행 등을 통하여 유인 우주기술 확보하고 지상에서 수행 불가능한 우주과학실험을 수행하여 새로운 우주과학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둘째는 미지의 세계인 우주로 한국 우주인을 보냄에 따라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은 31일 한겨레신문 ‘과학이 만난 사회’ 칼럼에서 한국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해,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발사하는 우주선에 한국인을 태워 내보낸다면 나름의 의미가 있는 이벤트일 수도 있겠지만, 거액을 들여서 남의 나라 우주선 한번 타보는 것이 우리의 우주기술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라고 주장한 것은 현실을 도외시 한 잘못된 주장이다.

최성우 운영위원이 주장한 바와 같이 우리가 자체적으로 제작하여 발사하는 우주선에 한국인을 태워 보내는 것은 수 십년의 시간과 수 십조 원의 개발비가 들어간다. 전 세계적으로 자체 유인우주선을 보유한 나라도 미국, 러시아, 중국 밖에 없다. 그럼, 우주인 배출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주인의 우주비행 경험이 주는 유인 우주기술과 우주공간에서의 과학실험 가치를 고려하면 다른 나라 우주선을 이용해서라도 우주인을 배출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일본, 영국, 이스라엘 등도 정부가 나서서 다른 나라 우주선을 이용하여 우주인을 배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차라리 그 돈으로 우주기술 관련 부품 소재 등의 연구개발에 투자하거나,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젊은 과학기술인과 학생들에게 지원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과학대중화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 못지않게 과학 대중화도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배출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면 미래 한국의 과학기술 및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한 발판을 마련해줄 것이다.

과학기술부는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을 추진 하는데 있어 본래의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세심한 계획 하에 추진하여 한국 우주인 탄생이 전 국민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우주산업의 질적 도약을 이루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과학기술부 우주기술개발과장 최은철


---------------------------------------------------------------------------------------

정작 현실을 도외시하고 문제를 호도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필자의 최근 한겨레신문 과학칼럼 (남의 나라 우주선 타는 한국 우주인, 무슨 소용이람?-3월 31일자 '과학이 만난 사회)에 대해 과학기술부가 해명 자료를 통하여 반론을 펴왔다.  과학기술부 담당 부서로서 간과하고 지나가기 어려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필자의 글에 대해 관심을 지니고 언급한 성의에 대해 일견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그러나 반론 글 치고는 정부 측의 일방적 변명만을 나열하기에 급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필자의 비판 취지를 교묘히 왜곡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여 안타깝고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더구나 과학기술부 담당 부처의 책임자가 필자가 원글에서 지적하고 비판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면 참으로 우려스럽기조차 하다.

필자가 원 칼럼 글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이벤트 중심, 흥행몰이식 과학기술 진흥책'의 무용함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었다. 그러한 이벤트식 과학기술진흥책의 대표적인 예로서 바로 '한국인 우주인 배출 사업'을 들었던 것이다.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발사하는 우주선에 한국인을 태워 내보낸다면 나름의 의미가 있는 이벤트일 수도 있겠지만, 거액을 들여서 남의 나라 우주선 한번 타보는 것이 우리의 우주기술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라는 필자의 지적에 대해 최은철 과장은 "현실을 도외시한 잘못된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제작하여 발사하는 우주선에 한국인을 태워 보내는 것은 수 십년의 시간과 수 십조 원의 개발비가 들어간다. 전 세계적으로 자체 유인우주선을 보유한 나라도 미국, 러시아, 중국 밖에 없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일견 형식논리적으로 그다지 틀린 반박이 아닐 듯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정작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현실을 도외시한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바로 다름아닌 과학기술부임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으니 측은하기 그지 없다.  (그리고 필자가 언제 당장 우리가 자체적으로 유인 우주선 개발하여 발사를 추진하자고 주장했던가?  의도적 왜곡이 아니라면 비판을 하더라도 원 글의 취지나 좀 똑바로 이해한 후에 해 주길 바란다.  독해력이 그리도 부족한 것인가? )

전 세계적으로 자체 유인 우주선을 보유한 나라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은 필자 역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며, 우리의 현 우주기술 수준은 안타깝지만 아직 거기에 너무도 크게 못미친다는 사실 역시 과학기술부 담당 부서가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타는 유인 우주선은 커녕, 인공위성조차도 아직 온전히 자체 기술로 개발, 제작, 발사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닌가?

백보 천보를 양보하여, 설혹 최과장의 주장대로 "우주인의 우주비행 경험이 주는 유인 우주기술과 우주공간에서의 과학실험 가치를 고려하여 다른 나라 우주선을 이용해서라도 우주인을 배출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문제는 마찬가지이다.  일정 비용을 들여서라도 '우주인을 배출할 가치'와, 우주인을 배출한답시고 그것을 요란하게 떠벌이면서 '전국민적 이벤트로 만들만한 가치'는 전혀 별개임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의미와 효용을 찾기가 어려운 낭비적인 이벤트를 비판하는 필자의 지적에 대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 못지않게 과학 대중화도 중요한 요소"라면서 필자가 '과학대중화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하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어서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필자가 언제 과학대중화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가? )

필자 역시 개인적으로는 과학저널리스트이자 평론가, 저술가의 한사람으로서, 누구 못지 않게 과학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열의를 가지고 힘을 기울여 왔다고 자부한다. 또한 과학의 대중화가 '미래 한국의 과학기술 및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한 발판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점에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최과장께서 지칭하는 과학 대중화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범국민적 이벤트와 깜짝 쇼를 벌이면 자동적으로 과학대중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그 정도로 과학대중화가 쉽고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젠 자주 거론하기도 지겹지만) 황우석 교수의 예를 한번 생각해 보면서 진정한 과학대중화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논문 조작이 드러나기 전에) 범국민적 영웅으로까지 떠오른 황우석 교수는 과연 우리나라의 과학 대중화에 기여를 하였는가?  과학기술부가 최고과학자 지위 부여와 온갖 이벤트 등을 통하여 '스타과학자 만들기'에 큰 힘을 기울였던 것은 바로 '과학대중화'를 겨냥했던 측면도 큰 비중을 차지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황교수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대중들이 보인 행태는 과학의 대중화 모습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을 뿐만 아니라, 논문조작이 밝혀진 지금도 객관적 사실조차도 거부하는 지극히 '비과학적인' 대중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정부나 산하기관이 주도했던 온갖 이벤트 중심적, 흥행몰이식 과학기술 진흥책은 과학의 대중화에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도리어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얘기가 있는데, 물론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질타하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소를 한번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아서 두번 세번씩 더 소를 잃는다면 그것은 어리석음이 아니라 죄악이 될 것이다.  
우리가 황우석 교수 사태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 중의 하나가 바로 무엇이었던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도 좋고 국민적 자긍심을 북돋우는 것도 다 좋지만, 그것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환상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해악이 훨씬 크다는 것 아니겠는가?  

고흥의 외나로도 우주센터 등을 비롯해서, 우리나라도 우주개발과 관련 기술 확보 등이 본격화되는 마당에, 의도적으로 찬물을 끼얹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소기의 목적과도 거리가 먼 잘못된 정책은 아무리 늦더라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 이 땅의 과학기술인의 한사람으로서, 또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마땅한 도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부는 한국인 우주인 배출사업을 추진 하는데 있어 본래의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세심한 계획 하에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인 우주인 배출사업' 자체가 이미 우리의 우주개발과 관련 기술 확보라는 본래의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소기의 목적조차 한참 왜곡된 사업일 뿐이다.    
차제에 한국인 우주인 배출사업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공계 기피현상을 타개한답시고 숱하게 추진된 바 있는 온갖 이벤트, 흥행몰이식 과학기술 진흥책은 앞으로는 제발 그만하기를 간곡히 당부 드리는 바이다.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2006.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