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1세기를 여는 열쇠)

신과학 - 있다? 없다?

헤르메스21 2011. 3. 3.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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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신과학은 사이비? 새지평?
 뉴스제공시각 : 2000/09/24 19:04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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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신과학'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과학서적들 중에서도 이와 관련된 것들이 적지 않고,
일부 과학기술자들은 나름대로 신과학 연구에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신과학이기존 과학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새로운 문명과
세계를 열어나갈 지름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일부 대중들의 호감을 얻기도
한다.

   이러한 견해들 중에도 상당히 다양한 부류가 있기 때문에 하나의 틀로 묶어서
설명할 수 있을지, 또한 신과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과연 적절한 표현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략 간추린다면 현대물리학의 동양철학적
해석, 초능력이나 심령 현상의 연구, 기(氣)에너지의 이용 등 기존의 과학계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 많고, 신비주의적인 경향도 없지 않다. 또한 다분히
동양사상적 세계관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현대 과학기술문명의
문제점과 폐해를 나름대로 극복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근대 과학혁명
이후 줄곧 서양과학에 뒤처져온 것을 일거에 역전시켜 보자는정서가 바탕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기존 주류 과학계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이비과학'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신과학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기존 과학계와의 의미 있는 대화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뉴턴의 근대과학도 당시로서는 매우 `새로운 과학'이었을 것이고,
20세기초에 선보인 양자역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고전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신과학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종래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의 연구, 혹은 기존의 이론으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던 것들을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과학의 지평이 열리는 경우도 많으므로, 기존의
과학계에서 볼 때 생소한 것들을 연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매도하거나 백안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방법론과 검증보다는 특정 사상이나 이념에 유리한 방향으로
인위적으로 과학을 몰고 가려는 발상은 역사적으로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으며,
옛소련의 리센코사건, 몇 년 전 미국의 소칼사건의 해프닝처럼 큰 혼란과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극히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잣대로 혹세무민하려 한다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최성우/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