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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한탕주의적 연구개발 경계를
뉴스제공시각 : 2000/11/19 21:47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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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인 1998년 5월 무렵, 획기적인 효능의 새로운 항암제 개발 성공을 알리는
기사가 국내 거의 모든 주요 일간신문의 1면 톱기사를 떠들썩하게 장식한 적이
있다. 미국의 한 제약회사가 개발한 `엔지오스타딘'과 `엔도스타딘'이라는 약품이
동물실험 결과 뛰어난 효능을 보였다는 것이었는데, 신문들은 인류가 곧 암이라는
난치병에서 완전히 해방될 것이라는 둥, 개발팀은 차기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이
확실하다는 둥 온갖 장밋빛 전망들을 전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불과 며칠 뒤, 그 보도가 지나치게
과대포장됐으며, 미국 특정 언론사의 한 `벤처기업 살리기' 보도에 놀아났다는
뒷이야기가 나오는 등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보다 훨씬 전인 1989년 3월23일에는 미국 유타대학의 화학자 스탠리 폰즈와
마틴 플라이슈만은 기자회견을 열고 상온에서 핵융합 실험을 성공시켰다고
발표했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이 필요한 기존의 핵융합 연구와는 달리,
상온에서도 핵융합이 가능하다는 이 소식은 전세계의 과학자들을 충격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곧 인류의 에너지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과학자들간의 치열한 논란 끝에 상온핵융합이 아닌
것으로 결론지어졌으며, 폰즈와 플라이슈만은 전문 학술지를 통해 검증을 받기도
전에 대중에게 발표해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결국유타대학에서
쫓겨났다.
이밖에도 과학기술자들이 `한 건 하고 보자'는 무리하고 조급한 발상으로
자신들의 연구를 과대 포장하거나 심지어 의도적으로 속임수를 쓰는 사례들이
국내외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와 맞물려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벤처기업 위기설도 결국 꾸준한 연구개발보다는 남보다
먼저 크게 한몫 잡고 보자는 `한탕주의적' 태도가 그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남들의 화려한 주목이나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여부에 관계없이,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연구실을 지키면서 나름의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과학기술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과학기술정책 및 사회풍토가 아쉬운
때다.
최성우/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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