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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 선진국 ‘백발 연구원’ 부럽다
뉴스제공시각 : 2001/12/26 18:46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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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백발 연구원’ 부럽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연구소를 둘러본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하나 있다. 모든 연구소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하는 연구원의 평균
연령이 의외로 높아 놀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백발이 성성한 프로그
래머들이 자주 눈에 띄는가 하면,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연구원'들이 현
역에서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일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가 무조건 좋다고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현실은 이
에 비춰볼 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연구기관들, 특히 민간
기업 연구소에서 현업 연구원의 `정년'은 대부분 40대 초반을 넘기지 못한
다고 해도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 연령대에서는 본인의 뜻이나 적성과는 무관하게 연구개발의 현장
에서 멀어지고 만다. 현업 연구원의 길을 고집하는 이들은 갈수록 승진급,
연봉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몇몇 기업에서 연
구개발 전문위원 제도 등을 마련해 이런 일들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
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참 젊은 나이의 연구원들이 나이 든 연구원에 비해 연구개발의 생
산성에서 더 나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경력을 쌓은 연구원의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꼭 필요할 뿐 아니라, 이들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박사학위를 지닌 고급 연구원들은 이공계 대학 진학 이후 거의 10
년의 교육과정을 거쳐 대개 30대 초반에 학위를 받고 연구개발 현장에 들
어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연구개발로 기여할 수 있는 기간이 그
토록 짧다는 것은 국가 전체로 볼 때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꼭 연구원 출신은 모두가 평생 연구개발에만 매달려야 하는 건 결코 아니
다. 다른 분야에서 더 큰 기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유능한 연구
원을 연구개발의 현장에서 갈수록 멀어지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짧은 `연구
정년'의 현실에 대해 이젠 좀 더 심층적인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
최성우/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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