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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 과학의 벽 허무는 '학제간 연구'
뉴스제공시각 : 1999/09/13 13:05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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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려면 한 우물만 파라'는 속담이 있다. 사실 과학기술분야
만큼 다양하고 세부적으로 나뉜 분야도 드물다. 그런 와중에서
남다른 업적을 남기려면 자신만의 전문분야에 깊이 몰두해야 하고
, 다른 쪽은 별로 훑어볼 겨를이 없다. 물론 한가지 세부 전문분
야에만 몰두하여 큰 업적을 남긴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인류역사를 뒤흔든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들은 한가지 분야
만이 아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연구한 이른
바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y)의 산물인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바로 핵분열 원리의 발견이다. 1930년대
무렵에는 원자 핵물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많은 과학자들이 우라늄
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는 실험에 몰두했다. 일류 과학자들이 치열
한 경쟁을 벌인 결과 뜻밖에도 최후의 승자는 그전까지 두각을 나
타내지 못했던 독일의 오토 한, 마이트너, 슈트라스만의 연구팀이
었다. 그들은 물리학자, 방사화학자, 분석화학자들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학제간 연구에 힘입어 페르미팀, 졸리오-퀴리부부팀 등
당대의 대가들을 제치고 우라늄 원자핵이 두쪽으로 쪼개지는 핵
분열의 원리를 명확히 밝혀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원자력 발
전의 기본 원리다.
학제간 연구가 밑바탕이 된 또 하나의 중요한 예는 왓슨, 클릭의
DNA 구조 발견이다. 왓슨은 바이러스에 관해 연구했던 생물학자
, 클릭은 X선 회절에 관해 연구했던 물리학자 출신으로 나이는 불
과 20대, 30대의 애송이였다. 이들이 샤르가프, 폴링 등의 세계적
석학들을 제치고 유전자의 본체인 DNA 구조를 먼저 밝혀낼 수 있
었던 것도학제간 공동 연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복
제양 돌리로 이어지는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 발전은 이들 연구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스마트 쥐' 연구도 분자
생물학, 신경생리학, 행동신경과학자들의 학제간 연구 결과였다.
학제간 연구는 이제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연구 방식이다. 우리
나라도 학제간의 공동연구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지만 아직 활발한
상황은 아니다. 21세기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더 다양한 학제간
연구에 기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성우(과학평론가·<과학사 X파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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