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1세기를 여는 열쇠)

자연에서 배운다

헤르메스21 2011. 2. 25. 00:04


-----------------------------------------------------------------------------
 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 생쥐로 지진 경보장치를?
 뉴스제공시각 : 1999/10/11 12:09                            
 출처 : 한겨레신문
 -----------------------------------------------------------------------------
   좀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자연은 여러 면에서 인류의 스
  승이다. 과학기술의 많은 발전 또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 그것을 흉내낸 데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어느 양치기 소년이 가
  시넝쿨을 본떠서 철조망을 발명한 것은 잘 알려져있는 사실이다
  . 비슷한 예로서, 아기용 종이기저귀, 신발, 의류 등의 생활용품
  에 널리 쓰이는 매직테이프는 옷에 달라 붙는 도꼬마리로부터 착
  안된 것으로, 벨크로(Velcro)라는 상표명으로 세계적인 히트상품
  이 된 바 있다. 오늘날에도 자연물을모방하여 신제품 연구개발에
   응용하는 사례가 많고, 이것이 공학의 한 분야로 정착되었을 정
  도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모방품은 원래 자연의 성능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헬리콥터는 생김새부터 비행원리에 이르기까지 잠자리와 유사한
   면이 많지만, 잠자리의 자유자재의 비행술을 따라가지 못한다.
  수중음파 탐지기(Sonar), 초음파촬영 의료장비 등으로 널리 응용
  되는 초음파 탐지장치는, 시력이 거의 없는 박쥐가 초음파를 발사
  한 후 반사파를 탐지해 장애물을 피해 날아 다니거나 먹이감을 찾
  는 방법과 원리가 같다. 그러나 박쥐의 초음파 수신감도는 인간이
   만든 초음파 탐지기의 수억배 이상이라고 한다. 새나 곤충의 귀
  소본능이나 철새의 이동능력을 본받아서 첨단 항법시스템(Naviga
  tion system) 등에 응용하려는 연구도 있으나, 철새가 그토록 먼
   거리를 어떻게 정확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제대로 설명
  하기 힘든 수수께끼다.

   현재의 반도체 메모리의 집적도 한계를 극복하여 고밀도, 초고속
  의 미래형 차세대 컴퓨터에 이용할 대안의 하나로 '바이오칩'이
  떠오르고 있다. DNA는 염기쌍의 배열로서 유전자 정보를 표시하므
  로, 이것을 기존의 반도체 메모리에 비유한다면 엄청난 초고밀도
  의 집적도를 구현하는 셈이 된다. 또한 단순한 고집적 메모리 뿐
  만 아니라 신경전달, 학습기능 등의 생명체 기능까지 제대로 모방
  할 수 있다면 바이오컴퓨터는 종래의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획기
  적인 성능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곤충들의 뛰어난 감각능력을 이용하여 국방과학
   등에 응용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즉 꿀벌을 이용한 지뢰탐지시
  스템 연구 및 딱정벌레의 후각을 모방한 센서의 개발 등이다. 최
  근 대만에서 대지진이 일어나기 직전에 쥐들이 서둘러 이사를 떠
  나고 지렁이가 떼지어 이동하는 등, 많은 동물들이 지진을 예측한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해서화제가 된 바 있다. 동물들의 이러한
   예견 능력까지도 제대로 모방할 수 있다면 21세기에는 더욱 정확
  한 온갖 예보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최성우(과학평론가)